귀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울려요

 

 

 남들은 모르지만 내 귀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는 것은 아닐 테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귀울림 증상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실제’ 증상입니다. 저의 진료실을 찾아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난 귀에 자꾸 소리가 나서 죽겄네요.”
 “귀에서 소리가 나세요? 어떤 소리에요?”
 “음... 매미소리 같기도 하고 귀뚜라미 소리 같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당께.”
 “그게 하루 종일 울려요? 같은 정도로?”
 “아니여, 지금처럼 밖에 나올 때는 잘 안그러는 디 일하거나 집에서 쉬려고 하면 심혀.”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장을 보거나 할 때는 소리가 덜 나는데 일을 하거나 혼자서 쉴 때는 소리가 나서 신경이 자꾸 쓰이신다는 할머니. 가끔은 잘 때도 소리가 심해 잠을 설치기도 하신다 합니다. 남편을 진작 잃고 홀로 사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셨다는 할머니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콩이며 무, 고추 같은 밭을 혼자 일구어 내는 강단이 있으십니다. 그러다보니 아픈 곳이 귀 뿐이겠습니까마는 일단 귀울림은 신경이 자꾸 거슬리니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명의 치료는 보건소의 진료실에서 하기에는 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침으로만 치료하기에는 이명이란 병이 깊고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귀가 울리는 증상 왜 그런 것일까요?

 

귀울림은 어려운 병!

 

痰火者鳴甚腎虛者微鳴        
담화(痰火)로 인한 경우 심하게 울고, 신수부족으로 인한 경우 약하게 운다.

[동의보감 이문]

 동의보감에서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증을 제외하면 크게 두가지로 귀가 우는 증상을 구분하였습니다. 바로 스트레스성 노폐물을 의미하는 담화가 있거나 오장의 정기가 모이는 신장의 기운이 부족할 때 귀울림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귀울림은 담화로 인할 때 심하고 신장이 허한 경우에는 덜하다고 하고 있으며 전부는 아니지만 그런 경향성은 있습니다. 또한 여자는 스트레스성으로 많이 오고 남자는 신수(腎水, 신장의 정기)의 부족으로 많이 옵니다. 여자는 스트레스를 더 받기 쉽고 남자는 방사를 과도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겠습니다. 신수의 부족은 노쇠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한방에서는 감염증세와 이 두가지 원인으로 딱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원인치료를 하면 쉬울 것 같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방에서도 난치이면서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생각합니다. 귀울림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몸의 정기가 부족한 것이 심해졌을 경우에 나타나고 또 워낙 몸상태가 안 좋아진 것이다 보니 다양한 증상과 복합적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마법에 걸린 귀

 

 

 이 귀울림 증상에 대해서 오래전의 기록에도 나와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기록인 이집트 에버스 파피루스는 기원전 1600년경에 쓰인 것으로 700여개의 마술공식과 민간요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 보면 ‘마법에 걸린 귀’라고 하여 귀울림 증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데 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고대 사람들의 인식에는 마법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약초를 넣고 빻아서 만든 용액을 귀에 넣어 치료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도 석창포와 같은 약초를 찧어 나온 즙을 귀에 흘려 넣어 귓병을 치료하는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耳鳴)은 아직까지 의학계의 탐구대상

 

 귀울음의 병명은 이명(耳鳴)입니다. 이명이란 외부적인 음원이 없음에도 자각적으로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정상인인 경우에도 빈 방과 같은 조용한 공간에 가면 20dB이하의 소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으니 20dB이상의 소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에서 들리는 환청과는 달리 아무 의미가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자분들이 매미나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기차소리, 바람소리 등으로 표현합니다. 타각적 이명도 있지만 흔치 않고 대부분 자각적이고 본인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진료시 환자와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소리의 형태묘사, 크기, 발생시간, 빈도 등을 자세하게 청취하여 이명증을 구분합니다. 아직까지 이명의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기존 환자들을 분석해보니 내이질환이 있거나 소음에 자주 노출되고 두경부 외상, 고혈압, 갑상선, 당뇨, 약물, 스트레스와 피로, 청신경 종양 등 다양한 질환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은 관련질환을 피하는 것이 치료의 제일원칙이 되겠습니다.

 

밖에서 나는 소리로 내부에서 나는 소리를 가리자

 

 이명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한방에서는 위에서 나온 담화(痰火)나 신수부족을 치료함과 함께 치료실에서 편안함을 주는 치료를 합니다. 양방의학적인 이명의 치료 원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상담을 통해 이명증상이 심리적인 데서 많이 오는 것임을 자각하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상담치료가 중요합니다. 실제 이명환자의 약 반 이상이 이를 통해 호전된다고 합니다. 또한 불안이나 심리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부적인 소리와 비슷한 정도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치료로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귀에 차폐기라고 하는 보청기와 비슷한 형태의 장치를 하고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주어 안에서 나는 소리에 대한 인식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소리를 소리로 막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할까요. 이와 같이 심리적인 요인의 개선과 함께 원인질환의 치료, 생활습관의 개선이 함께 한다면 이명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의 개선으로는 이명을 유발하는 약물을 피하고 스트레스와 소음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며 유제품, 커피, 코코아, 땅콩, 과일, 어류, 조개류와 같은 이명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을 피하는 회피요법이 되겠습니다.

 

귀울림에 클래식과 함께 숙지황차 한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명은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은 영향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소리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라디오나 티비를 적당한 소리로 틀어 놓기도 합니다. 정신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클래식과 함께 휴식하고 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휴식시에 클래식 음악과 함께 신장의 기운을 보하고 검은 머리가 나게 하며 어지럼증과 출혈증에 좋은 숙지황으로 차를 끓여 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가 울리신다면 바흐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숙지황차 한 잔 해보시길.

 

Q&A
이명이 오래되면 귀가 먹기도 하나요?
 동의보감에서는 이롱(耳聾, 귀가 먹음)의 원인 중 일부는 이명이 오래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비율이 높진 않지만 이명이 일부(노인성 이명, 청신경 종양, 소음성 난청) 청력이상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명이 오셨다면 귀와 관련된 위험신호로 알고 몸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외이도의 이물이나 귀지, 삼출성 중이염, 메니에르 증후군 이경화증 등에서는 초기부터 이명과 난청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Posted by 청년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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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muy.kr 2014.04.11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삐이 울리는 소리가 언제나 신경끄면 바로 들리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도 주의해보니까 울려요..ㅎㅎ